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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계는 힘이있다> _김민수

 

나는 이 글을 통해 일상이 주는 가치와 그 가치를 탐구하는 내 작업을 들여다보려한다. 일상은 너무나 평범해서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서도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에 환대받는 주제이기도하다. 몇년간 그림을 계속 그려오면서 나는,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일상’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일상: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우리는 왜 반복을 지루해하면서도 반복에 안정감을 느끼고 반복에 감동하는가. 그것은 반복안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똑같은 하루는 없고, 그래서 모든 것을 기억할수 없으며 예측할수도 없다. 결국 나는 내가 글을 쓰고있는 지금 느끼는 감정과 감각만 이 순간 정확하게 알 수있다. 하지만 이것또한 지나가버리는 순간이기에 나는 놓쳐버릴 수 밖에 없다. 과거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미래는 손끝하나 닿을 수가 없다. 이렇게 너무나 평범한 일상과 시간이라는 개념이 나는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상에 담기는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자. 흔히 ‘일상’ 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 같다. 오늘 먹은 것, 오늘 간 곳, 오늘 본 것, 오늘 만난 사람... 그러나 하루가 지났다고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오늘’ 경험한 모든 일은 어제도 그제도 몇년 전에도 한번씩 경험 했던 것들이다. 그래서 내 그림에 등장 하는 것들은 내가 수십번 이상 만났던 존재들이다. 구체적인 예를들면 나의 친구, 가족, 강아지, 매일 마주치는 새들, 물컵, 입는 옷가지 같은 것. 세상에 나 홀로 살아가지는 않으니까. 그림에 등장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연결이되고 또 그 누군가의 누군가에게 닿고 그런다. 그리고 그 장면은 누군가의 기억과 연결된다. 나는 그날 그곳에 없었지만, 그날 그곳에 있었던 누군가는 내 그림을 통해 다른 시간 그곳에 머물렀던 나와 만난다. 이것이 말없는 그림의 힘이다.

 

글을 쓰다보니 역시 반복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 였음을 깨닫는다. 나는 매일 같은 리듬의 반복이 뿌리내리고 있기때문에 자유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복이 지루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내일도 숨쉬고 살아갈수 있다는 것도 반복이고, 그 반복이 있기에 우리는 용기를 내어 스스로 새로운 변화를 찾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한정적인 화면안에 즉흥을 말하고, 리듬감을 중요시 하는 이유도, 반복을 인정하며 그 안에서 즐거운 변화를 찾아나가려는 삶의 태도와 일치한다.

 

반복을 누군가는 견디고 누군가는 즐기며 살아간다. 힘겹게 견디며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일상의 리듬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이는 일, 그게 내가 할 일이다.

                                                                         

김민수는 현실의 디테일을 관찰하고,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기록한다. 사람과 풍경, 이미지와 말들은 시간을 따라 흘러가기도, 담기기도 하며 개인의 일상을 만들고 양적 역사를 만들며 시대를 견인한다. 이야기(역사)가 만들어지고 건져 올려진 것이라면 그 사이로 무수히 지나가고 잊혀진 순간 또한 동시대의 한 면이자 만들어진 역사를 지탱하는 시간일 것이다. 전시가 김민수에게 주목하는 것은 일상이라는 보편적 소재에서 출발한 작업이 획득하는 고유성, 이에 수반되는 재료로서의 감각에 대한 것이다. 리듬감과 조형성을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꼽는 그의 작업 안에서 ‘감각’은 또 하나의 중요한 질료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10년 전 작업 <걷는 사람>(2013)에서 출발해 보자.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는 이 발 그림과 함께 얼굴 그림(<걷는 남자>(2013))을 그렸다. 회화로 움직임을 담아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캔버스 사이 마치 페이지 넘기듯 ‘연결되어있는 감각’을 담아내보려는 순수한 시도였을 것이다. 함께 그려졌던 <걷는 남자>는 현재 망실되었지만 굳이 두 작업을 함께 언급하는, 그리고 그중 한 작업을 전시에서 선보이기로 결심한 이유는 작품이 갖는 ‘시작점’으로서의 의미에 있다. 이 두 작업의 관계가 현재 시점에서의 김민수의 작업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등산>(2023)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편의 작업들에도 이러한 작가적 태도가 반영된다. 어느 날 산을 오르다 본 풍경을 떠올리며 그린 <등산>은 관람자로 하여금 (산에서의 그가 그랬듯) 움직임의 감각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한다. 주변을 따라 흐르던 냇물과 새, 나무 위 애벌레로 이어지던 작가의 시선은 단편의 이미지가 되어 전시장에 함께 놓인다.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덩어리로도 봄직한 일련의 작업들은 연결된 서사로서의 가능성을 품는다. 이때의 가능성이란 상상하고 추론한다는 점에서 감각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붙들린 ‘순간’은 작가를 통해 회화적 시도로 연결된다. 여기에서 ‘회화’ 아닌 ‘회화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실험적인 재료의 사용과 방식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그는 아크릴과 캔버스를 주재료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기성품과 원자재, 미술 용품과 인테리어 용품을 오가며 작업의 재료적 범위를 과감히 넓힌다. 나무 패널에 캔버스를 덧대고(<별 그림자>(2023) <노랑새>(2022)) 물감 대신 실내용 페인트를 바르고 카펫을 콜라주한다.(<까치><애벌레>(2022)) 스티커를 붙이고(<위에서 부터 쌓기>(2019)), 종이 바느질로 지지체를 연장해 나아가는 모습도 보인다.(<꽃다발>(2023)) 이는 그의 작업을 규범적 회화로 보기에 곤란하도록 (절대성, 평면성, 완전성으로부터 위배되도록) 만든다. 김민수의 작업은 회화적 관습으로부터의 이탈이며 군집된 감각은 위계와 선형 없이 작업 안에 자유로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가위질, 바느질, 스티커 붙이기 등은 흔히 가정적, 여성적 행위로 읽혀오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세계에선 무엇보다 보편적이고 중심이 되는 작업적 요소가 되겠다. 이는 그가 종이 콜라주를 하면서도 색종이의 앞면이 아닌 뒷면을, 오려낸 모양 아닌 잘려나간 가장자리를 붙이는 이유(<무제>(2014))에 다름 아니다.  _ <미니어처> 전시서문 중, 발췌 신지현 큐레이터

                                                                         

Artist statement

 

Minsu Kim captures on the canvas the unfamiliar moments of memory encountered through her long-term relationships with people and everyday surroundings. While the process starts with visual impressions, she consciously excludes them as much as possible and instead depicts the impressions and elements of life that she has continuously experienced through sensory perception, such as the texture of air touching the skin, a particular scent, or fleeting movements.

Kim captures the moments or impressions that she wants to express on the canvas quite immediately. However, she does not directly transfer these fleeting impressions onto the canvas. Through entirely different places and times, she continuously allows the captured moments to emerge and the acquired impressions to become clearer before finally bringing them out through her art. It is a process where repeated experiences and time accumulate and mature. It is like a specific scent evoking someone, a situation, or an emotion encountered in the past, while traversing different places and times.

Minsu Kim says that physical time, time within memories, and the perception of time by the mind seem to have different speeds and movements. During the short instant of time where the clock hand moves to the next tick, the mind and memories can traverse years or cross between cities and oceans. In this way, different times and impressions overlap for the same subject or place, and the accumulated sensations in memory can suddenly emerge as specific colors and images. Kim weaves together experiences from various time periods into a single image. Her works, where the visible and invisible, past and present are intertwined, become guides to an open state where viewers can enter with their own time and place, regardless of when and where. The moments of everyday life that are familiar yet unfamiliar connect the past and present selves, allowing us to vividly feel the passage of time and making us more aware of the value of the present moment and time we are currently breathing in.

_ oaoa gallery

                                                                     

2023.1 Artist note

Looking at the tree I saw yesterday, I remembered a memory I hadn't thought of yesterday. Daily life is repetitive and always seems to flow forward, but sometimes I feel the various movements of time with my body. Just as various experiences come to mind when you smell a particular scent, the things we see every day do not live in a simple time, and my memory, body, and mind also move at a mysterious and strange speed that cannot be expressed in numbers.

That may be the reason why I often draw the same subject repeatedly. I always see the same thing, but one day I see myself as a child, and I remember the image of a child I meet these days... and I think of my family... Through the time I spend looking deeply at landscapes, I think of the living things I have met throughout my life. I think I want to put the wide and deep beauty of the world that I experience in my daily life into my painting.

어제도 보았던 나무를 바라보는데 어제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상은 반복적이고 늘 앞으로 흘러가는 듯 하지만, 가끔 시간의 다양한 움직임을 몸으로 느낀다. 특정한 하나의 향기를 맡을때 여러가지 경험이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가 매일 보는 것들은 단순한 시간을 살고있지않으며 나의 기억과 몸, 그리고 마음또한 숫자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 신기하고 이상한 속도로 움직인다.

내가 종종 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늘 같은 것을 보는데 어느날은 어린시절의 내가 보이기도하고 요즘 만나는 어떤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기도하고… 가족이 생각나기도하고.. 풍경과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시간을 통해, 내가 그동안 만났던 살아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넓고 깊은 세계의 아름다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대상에 빗대어 그림에 담고싶은것 같다.

 

                                                                         

21st Century Paintings, HITE Collection, 2021

Minsu Kim focuses on the "moments' in everyday life left with memories and sensations. When we say that moments come together to become life, the everyday life would be a repetition of definite moments. But repetition brings about familiarity, and familiarity can easily make everyday life into a series of banality. As for just how extraordinary and magical these banal days can be would depend on the respective attitude or outlook of whoever lives it. Kim remembers "moments" of different sensations she feels suddenly in the repetition of everyday life, and painterly records them. One might say that his attitude locates life in art or art in life, in the sense that moments from everyday life leads into her work. However, it would be more accurate to say that she does so not because such moments are anything special or grand, but because her work reflects the naturalness in the moments taken from everyday life. It's more of a sense of the moment than any metaphor or symbol, so it can become a landscape, an object, or an abstract surface. On the other hand, the Resting place series in the exhibition in characteristic of Kim's work in general in that it draws specific moments out repeated daily life, and it's distinct in that in records "changes" in the senses by the "repetition" of drawing. The artist has been drawing, multiple times in different intervals, resting places in the seaside of Taean, a place that became the background of artist's everyday life while she stayed there during the summer of 2020. Since the purpose of her painting it not in reproduction, the "resting place" becomes something figurative yet abstract, then it becomes something clear again before changing constantly. The question as to how her paintings are placed in the exhibition space becomes an important issue, just as is the moment of experience in everyday life. The work as the medium demonstrates the process through which senses and memories transform on their own. In that regard, Kim's work is an attempt to let such process of sensorial changes continue on naturally in the exhibition space.   _ Jihyun Shin (HITE Collection curator)

21세기 회화 /  하이트컬렉션

김민수 작가는 기억과 감각으로 남은 일상 속 ‘순간’에 집중한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상을 이 루는 것이라고 할 때, 일상은 구체적인 순간의 반복일 것이다. 그러나 반복은 익숙함을 낳고 익숙함은 일상을 그저 보통의 날들로 만들어 버리기 십상이다. 이 보통의 날들이 얼마나 특별하고 신비할 수 있는지는 이에 임하는 각자 의 태도나 시선에 따라 다를 것이다. 김민수는 반복되는 일상 속 문득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을 기억해 그림 으로 기록한다. 일상의 순간이 작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태도는 삶을 예술 안에 혹은 예술을 삶 안에 위치 시킨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어서라기보다는 일상에서 건져 올려지는 순간이 품고 있는 자연스러움이 작품과 연계한다고 하는 편이 더욱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것은 어떠한 은유나 상징이라기 보다는 순간의 감각에 가깝고, 그렇기에 풍경이 되기도, 사물이 되기도, 어떠한 추상적 화면이 되기도 한다. 한편 이번 전시 출품작 중 <쉼터> 연작은 일상을 복기하며 특정 순간을 그리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김민수의 작업 전반 이 갖는 특성과 공통적이지만 ‘반복적으로’ 그려 감각의 ‘변화’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가진다. 작가는 2020 년 여름 우연히 태안에 머무는 기간 매일 마주하며 일상의 순간이 되었던 해변가의 쉼터를 시차를 두고 여러 번 그 리길 시도해 오고 있다. 그가 행하는 그리기의 목적은 재현에 있지 않기에 ‘쉼터’ 풍경은 구체적이다가도 간결해지고, 다시 선명해지기도 하며 끊임없이 변화해 나아간다. 일상 속 경험의 순간이 중요한 것이기에 그의 그림은 전시 장에 어떻게 놓이느냐 역시 중요한 화두가 되는데, 이는 감각과 기억의 모양이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작품을 매개로 확인하고, 감각이 변화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전시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_ 신지현 (하이트컬렉션)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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